<루나>

용서와 사과에 대한 냉철한 시선.
어쩌면 착한 척, 아닌 척, 모르는 척 살아가는 우리에게 하는 일침 같기도 하고.

 

 

이 영화를 보고 아쉬웠던 것은 시놉시스가 너무 친절하다는 것. 시놉시스 안에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고 생각하는 대로 그냥 흘러간다. 그러나 주인공 루나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과 그들 사이의 관계 등이 너무 잘 표현돼 있어 친절한 시놉시스 따위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몰입감 있다.

시놉시스를 읽었거나 예고편을 봤다면 알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루나는 루벤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루벤은 양아치다. 패거리들과 몰려다니며 술과 마약,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친구고 루나 역시 그 패거리와 어울리며 지낸다. 루벤의 생일날 패거리들은 여느 때처럼 자주 가던 아지트로 가서 파티를 즐기려고 하는데 아지트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패거리들은 그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한다. 폭행과 모욕이 난무했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그것을 촬영하고 있었다. 루나 역시 미안한 내색 없이 그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며칠 뒤 루나가 일하는 농장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그날 폭행의 피해자. 그 사이 루나는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염색도 해서 그런지, 그는 루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그 날의 아픔과 기억, 그리고 루벤의 얼굴은 기억하지만 루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패거리들은 루나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이 들통날까봐 겁이나 루나에게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한다. 그런 과정 안에서 루나는 루벤과 이별하게 되고, 폭행의 피해자였던 알렉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루나, 사랑에 빠졌다가도 죄책감에 알렉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장면

 

왜 사랑에 빠지는지 디테일하게 그려지지는 않아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정말 이유 없이 그냥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루나는 알렉스에 대한 죄책감에, 사랑을 하다가도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실을 말할 용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건 잘못된 만남이지만 이것을 건강한 방법으로 풀려는 것보다는 그저 이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루나의 단짝 친구는 우연히 루나와 알렉스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결국 그 친구의 말이 루나의 행동과 태도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구는 루나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실해져 보라고 외친다.

 

그리고 루나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결국, 알렉스와 루나는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 같은 결말이지만 ‘인관관계’ 그리고 ‘용서’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알렉스는 루벤에게 사과를 받아내는데 그 방식이 결코 부드럽지 않다. 총을 겨누며 강제적으로 사과를 받아낸다. 루벤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단순히 총이 무섭고 죽기 싫어 하는 소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발적인 사과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상황에 있는 루나, 루벤, 알렉스 세 사람의 모습이 결코 편안하지 않고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인 나 역시 불편해진다. 사과를 하는 사람도, 사과를 받는 사람도 결코 달갑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진심 어린 용서란 가능한 것일까? 진심 어린 사과 역시 가능한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누군가가 더 희생하고 감수하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닌가.

 

지난주에 들었던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인간은 뭐든 효율적인 것을 선택하기 마련인데, 과연 인간관계에도 이런 효율이 적용이 되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이런 효율을 따질 수가 없고 따질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같이 일을 하는 사람, 비즈니스적인 관계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친구 사이든 가족이든 절대로 효율을 따진다면 이어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고 말이다.

루나와 알렉스의 관계 역시 효율을 따진다면 정말 1퍼센트도 효율적이지 않다. N극과 N극이 만나 한 쪽이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곧장 멀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 하지만 루나는 스스로 솔직한 고백을 선택했고 알렉스 역시 그것을 감내한다.

 

<루나> 감독인 엘자디링거

 

언젠가부터 내가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말을 하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을 말하는 것은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루나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또 용기 있게 고백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와 닿는 부분이었고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또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정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