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센터에서는 어도비 사의 제품을 여럿 사용 중입니다. 만인의 연인 포토샵에서부터 라이트룸,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편집을 위한 프리미어와 애프터이펙트, 웹사이트 제작과 관리를 위한 드림위버 등이 있는데요. 기존의 설치형과 최근의 월 정액제 기반의 서비스형이 공존하고 있는 과도기입니다. 테크숩에서 어도비 제품군의 월 유지비용을 낮춰준다면 미디어센터에서도 앞으로 최신 기능이 탑재된 동일한 버전의 소프트웨어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요. 당분간은 희망사항에 머물 것 같습니다.

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미디어 교육은 단순히 기술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술적 진보가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최신 기술 동향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 <MAKE IT EVERYWHERE 2016 TOUR>에도 그런 연유로 다녀왔습니다.

MAKE IT. EVERYWHERE는 어도비가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9개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라고하는데요. 어도비는 이 컨퍼런스를 통해 각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과 함께 영감과 아이디어를 논하고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최신 업데이트도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사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5층 그랜드 볼룸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됐습니다.

빈속으로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마침 미니머핀과 커피가 준비되어 있어 간단히 머핀 한 줄과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했습니다. 물론 행사장 내에 진행되는 협력사들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죠. USB 모기향, MS Surface 케이스, 16GB USB 메모리, 부채 등을  챙겼습니다.

행사장 로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다름아닌 어도비 캐릭터 애니메이터였습니다. 벡터 캐릭터를 넣어주면 캠으로 안면을 인식해 캐릭터가 움직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도리도리하면 캐릭터도 도리도리, 앞으로 가면 캐릭터가 커지고 뒤로 가면 작아지고, 마이크를 켜고 말을 하면 캐릭터의 입모양도 같이 움직이는 재미있는 도구였습니다. 마우스나 터치스크린에 제스처로 팔도 같이 움직일 수 있고요. 미디어교육에서도 많이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아이들이 캐릭터를 그리면 벡터 이미지로 변환해서 아이들이 만든 스토리에 맞춰 더빙을 입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트맵 이미지를 벡터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품이 조금 들긴하겠지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습니다.

주최측 발표에 따르면 약 800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하는 데요. 언뜻 보기에 90% 이상은 여성분들이었습니다. 디자인 관련 종사자 분들이 많이 오셔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제출한 작품을 전시한 포토월입니다. 왼쪽에서 핑크색 작품 옆에 있는 작품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아서 MS Surface Pro4를 경품으로 받았습니다.

캘리그라피와 캐리커처 존이 있어서 1인 당 하나씩 주는 부채에 둘 중 하나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진주같은영화제도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았기도해서 캘리그라피로 제9회 진주같은영화제 진주시민미디어센터로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예쁘죠?

어도비 코리아 에릭 최 대표의 환영사가 끝나고 TBWA 코리아 박웅현 대표의 기조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컨퍼런스에서 가장 좋았던 강연을 세 개만 꼽자면 박웅현 대표의 <Challenge & Change 창의력으로 극복하라!>와 JTBC 남궁유 디자인 총괄의 <우리 마음속의 자전거(A bicycle for my mind) – JTBC 브랜드 영상 제작사례>, <업계 최고의 디렉터 3인이 제시하는 UI/UX의 미래> 세션 중 황병삼 디파이 대표의 강연입니다. 어도비 직원들의 툴에 대한 강연은 입문 수준의 내용이라 많이 지루했습니다. 기술 강의는 단순히 매뉴얼 소개만으로는 흥미를 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웅현 대표의 강연 중 기억에 남는 내용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창의력은 발상이 아니다.
발상은 창의력에서 중요하지만 작은 부분일 뿐이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그게 이 업계에서 29년 동안 배운 것이다.

처음에 나온 아이디어가 끝까지 간 적이 없다.

처음에는 미약하다.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채워나가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다.

아이디어는 벽돌이 아니다.
씨앗이다.
내일까지 아이디어 10개 가지고와는 아이디어를 벽돌로 보는 것이다.

씨앗이기 때문에 정말 조심히 다뤄야 한다.

너무 일에 어처구니가 있다.
너무 상식적이다.
남이 하는 걸 똑같이 하면서 새로운 걸 얻으려고 한다.

미친 짓이다.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라.

안을 줬을 때 감독이 그림이 보인다고 하면 고민된다.

뻔한 결과가 나오길 때문에.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을 때

오히려 긴장이 된다.

뻔하지 않은 것이 나올 수 있다.

제일 처음하는 일에는 프로토타입이 없다.

우리가 지금 하는 생각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만들어 낼 것이다.

중요한 건 먼저 지금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 목표는

말하는 사람조차 발견하지 못한 말의 가치를 발견하는 게 내 목표다.

내가 좋은 발상을 할 수 있길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좋은 씨앗을 발견한 뒤

온갖 통촉하옵소소를 뚫고 가고

중간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내 몫이다.

강연 중 TVN과 TBWA가 공동기획해 제작한 ‘오! 진짜 짧은 다큐’를 몇 편 틀어줬는데요. 그 중 <겸재 정선> 편을 튼 후 다시 한 번 발상의 중요성보다 실행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이어교육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분명 참여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그것을 발전시켜서 결과물로 엮어내는 과정 그 자체일 것입니다. 때문에 상투적인 말묶음인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한 번 더 되새김질 해보는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서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되었던 세션은 JTBC의 남궁유 디자인 총괄의 강연 시간이었습니다. 전사적 브랜딩 전략을 바탕으로 출판, 영상, 음악, 공간을 아우르는 ‘우리만의 목소리를 갖기’위한 시도들과 성취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어도비 컨퍼런스는 구체적인 기술적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기 보다는 추상적이지만 한 동안의 동력이 될 자극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