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뜨뜻미지근한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120 BPM>

정현아(진주시민미디어센터)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사니까 사는 거라고.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꽤 많은 이들이 오늘도 ‘그냥’ 살아간다.

영화 ‘120 BPM’은 그런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영화는 에이즈가 하루에도 몇 천 명씩 늘고 있는 파리에서,
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와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액트업 파리 (ACT-UP PARIS)’이라는 단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액트업에 있는 이들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뜻을 함께 해 들어온 이들도 있다.
죽어가는 그들이 하나의 가치를 두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투쟁하고 또 사랑한다.

액트업은 실제로 존재하는 국제적 에이즈 연대이며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극 자체도 그런 활동에 초점을 맞춰 시작하기 때문에 영화의 중반까지는 누가 주인공인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이가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다 보니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풍긴다.

주연 ‘션’을 맡았던 나우엘 페레즈 비스키야트는 에이즈에 걸려 점차 살이 빠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5일 만에 10kg를 감량했다고 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살이 빠지고 기력이 소진되는 션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의 시작, 중간, 끝에 춤추는 장면과 지하철에서  건물 사이로 빛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장면은 굉장히 감각적이다.
그 뒤로 낮게 깔리는 비트를 듣는 순간,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영화의 리뷰를 보면 ‘자신들의 쾌락 때문에 걸린 에이즈를 왜 정부 탓을 하냐’고 지적하고  꽤 많은 이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즈는 단순히 동성 간의 섹스에서만 얻는 병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다양한 경로로 충분히 감염될 수 있으며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나도, 그런 리뷰를 남긴 사람도 HIV 양성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해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는 정부에게 소리치고 있다.
그런 그들의 열정이 스크린 밖의 나에게까지 너무 잘 전달이 되어 내 심장이 더 빨리 뛰게 만들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액트업 단원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죽음과 함께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렬히 느낄 수 있다.
아니 그것보다, 나는 저렇게 뜨겁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고민해보게 한다.

뜨뜻미지근한 내 삶의 온도에 반성하게 되는 영화.